▲ 유골에서 추출한 탄소로 제작된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는 사람마다 고유의 색깔을 띈다. 사진은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로 제작한 반지

탄소 추출해 수개월간 공정 거쳐 탄생… 일본 등 아시아서 각광
600만원대부터 시작… “1000만원 넘게 드는 매장법보다 합리적”

서울에 사는 임 모(61) 씨는 최근 경기 용인에 모신 부모님의 묘지 문제를 두고 큰 고민에 빠졌다. 자신과 형제들이 점점 노쇠해지자 부모님 묘지 관리를 자식 세대에거 넘겨주고 싶지 않아 화장을 고민했던 것. 하지만 임 씨는 막상 납골당에 모셔도 역시 주기적으로 찾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갈등했다. 오랜 고민 끝에 임 씨는 부모님을 화장하기로 결심했다. 단, 납골당에 모시지 않았다.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로 변환해 평소에도 몸에 지니고 다닌다. 임 씨는 “자주 찾지 못해 불효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다이아몬드로 간직하면서 평소에도 모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고인의 화장한 유골에서 추출한 탄소로 제작하는 ‘메모리얼 다이아몬드’가 새로운 장례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란 화장된 유골에서 특수 공정을 거쳐 탄소를 추출한 후 수개월간 전문가의 손길이 가해져 탄생한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이 장례서비스를 개발한 곳은 2004년 설립된 스위스 기업인 알고르단자(스위스 고유어로 ‘추억’을 의미)로 현재 국내를 포함해 전세계 36개국에 진출해 새로운 장례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장례문화를 가진 아시아권에서 전체의 30%가 제작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는 2007년에 처음 진출했으나 시장이 성장하지 않은 문제로 2009년에 잠시 철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스위스 본사로 직접 주문하는 사례가 꾸준히 이어졌고 이에 대한 관심이 최근 다시 높아지면서 지난해 다시 국내에 지사를 열었다.

▲ 전영태 알고르단자코리아 지사장

알고르단자코리아 전영태 지사장은 “토지가 부족한 홍콩이나 싱가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처럼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에서도 빠르게 정착 중”이라고 덧붙였다.
알고르단자의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는 매장법과 화장법의 단점을 보완하고 고인을 숭고하게 모시면서 비용면에서도 합리적이라는 점 때문에 장례방법을 고민하는 자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원묘지에 매장할 경우 1000~2000만원이 든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한 수목장도 600만원에서 많게는 1200만원까지 소요된다. 화장을 선택하더라도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납골당 사용료를 내야하고 매년 관리비가 발생한다. 반면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는 세공여부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0.25캐럿 원석으로 제작할 경우 수목장과 비슷한 600만원이 들고 추가 관리비가 들지 않아 불경기에 합리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묘지와 납골당에 안치할 경우 자주 찾지 못한다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게 되는데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는 평소에도 몸에 지닐 수 있어 이런 심리적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다. 또 전 지사장은 “메모리얼 다이아몬드 제작은 스위스정부로부터 공인받은 알고르단자 본사에서 직접 진행하면서 모든 공정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인은 화장 후 평균 2.5kg 가량 유골을 남기는데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약 500g정도의 유골이 필요하다. 이를 본사에 보내면 본사에서는 먼저 특수 제작된 장비를 통해서 탄소 원자와 다른 원소를 분리 한다. 이후 압력과 온도를 정밀하게 조절해 천연 다이아몬드가 생성되는 환경을 조성해 수개월간의 작업 과정을 거치면 하나의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로 변환된다.

다이아몬드는 강한 압력과 고온에 노출되면 격자구조의 결정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하나의 탄소 원자는 이 과정에서 4개의 다른 탄소 원자와 결합하고, 극한의 압력과 온도에 더 오래 머무르면 더 강하게 뭉쳐 크기도 커진다. 이 과정은 지구 내부의 깊숙한 곳에서 수백만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과정이지만 알고르단자는 특수 제작된 장비를 통해 이 과정을 완벽히 재현해 천연 다이아몬드와 광채(17.2%), 굴절율(2.42), 경도(10) 등이 똑같은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를 제작한다.

특히 고인의 유골에 함유된 붕소와 함께 생전 식생활 등에 따라 미세하게 영향을 받아 각각의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는 고유의 푸른빛을 띤다. 즉 고유 색깔을 통해 단 하나뿐인 메모리얼 다이아몬드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레이저로 고객번호와 함께 고인의 이름, 생년월일, 남기고 싶은 메시지도 기록할 수 있도록 해 고유성을 높였다.
전 지사장은 “전통적인 장례가 가족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방법이라면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는 사랑하는 가족과 항상 함께할 수 있는 아름답고 고귀한 방법”이라고 말했다.